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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 읽기 독해법은 새롭게 발견된 신박한 기술이라기보다 많은 선생님이 이용하고 있고, 대부분의 학생이 한 번쯤은 접해본 보편적인 독해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이 기술을 사용하여 독해하는 학생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의미 단위'의 구체적인 뜻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이 기술의 뚜렷한 실효성도 의심되고 간간이 들리는 바에 의하면 유기적인 독해를 방해한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이 기술에 눈길을 돌리게 된 이유는 6월 모의평가 이후 300페이지가량의 두 권의 철학책을 원문으로 읽으며 다양한 독해법을 실험해봤고, 끊어 읽기 기술의 실효성을 느껴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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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 읽기 기술은 복잡하게 나열된 음표를 질서정연하게 정리해주는 마디와도 같았다.>


끊어 읽기 기술을 소개하기 전에 구문이 무엇인지 간단히 다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영어공부의 요소는 다섯 가지가 있는데, 문법, 독해, 어휘, 듣기, 말하기가 이에 해당합니다.

독해는 바로 구문을 의미합니다. 그만큼 구문은 영어공부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성문종합영어를 기준으로 283개의 구문이 정리되어 있고, 프린시피아 영어 구문독해를 기준으로 281개의 구문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두 책이 가장 방대한 구문을 담고 있고, EBS 개념강의에는 핵심적인 구문을 추려서 30강 정도로 정리해놓았을 것입니다.


구문이 이렇게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이유는 단어와 문법만으로 영문을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단어와 문법은 음악적인 지식에 해당하고, 영문은 다양한 팝송과 가요에 해당합니다.

구문은 체르니와 같은 연습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연습곡은 연주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집니다. 

팝송과 가요를 100곡 연주하는 것보다, 연습곡 20개를 연습하는 것이 연주실력을 끌어올리는데 더 효과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해석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 문장의 구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겠지요.

문장의 구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석의 단위가 문장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제가 구문을 파악한 후 해석을 시도할 때 몇 가지 문제점이 따랐습니다.


문장의 길이는 일관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긴 문장의 경우 3줄이 넘어가기도 하는데 3줄을 해석의 한 단위로 삼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또 구문이 문장 대부분을 포괄하고 있지만, 몇몇 예외에 해당하는 문장도 있을 것입니다.

설사 구문을 적용할 수 있는 문장이더라도 구절이 복잡해서 구문을 발견할 수 없는 상황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장성분을 나눠서 해석하는 것도 비슷한 난점을 갖고 있습니다.

긴 문장의 경우 덩달아 길어진 주어와 목적어, 복잡하게 얽힌 수식어구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 구조를 파악한 다음 전체적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문장을 한 번 더 읽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커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국어책 읽듯이 일관된 속도로 읽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쉬운 글의 경우 해석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지만, 간혹 복잡한 문장을 읽을 때 이 문장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글을 다 읽고 나서 해석이 제대로 안 되었다는 것을 파악하겠지만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집어내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일관된 길이로 끊어 읽는다면 이런 문제들을 피할 수 있습니다.

마치 악보의 마디처럼 일정한 단위로 끊어 읽는 것입니다.


의미단위라는 표현을 썼는데 자세한 뜻은 뒤에서 다루기로 하고 '1~5단어마다 의식적으로 끊는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마치 직독직해와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간단한 문장은 주어, 동사, 목적어, 전치사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때 각 문장성분이 포함하고 있는 단어 개수는 5개가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 경우 문장성분 단위로 끊어 읽으면 됩니다. 단, 문장을 4개의 성분으로 끊은 다음에 독해하는 것이 아니라 독해를 해나가면서 적당히 끊는 것입니다. 복잡한 문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미 덩어리를 형성하는 1~5개의 단어마다 잠시 숨을 고르고 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틈새마다 무엇을 해야 할까요? 먼저 그 단위에 해당하는 만큼 의미를 파악해보고,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예상해보고, 구문을 파악해보고, 이전의 내용과 조합해보는 것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끊은 만큼 의미를 파악해보는 것이고, 위에 언급한 모든 것을 다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끊어 읽다 보면 나머지 것들은 알아서 될 것입니다. 1~5단어에 집착하지 않아도 됩니다. 쉬운 문장은 통째로 읽고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의미단위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중간에 끊고 해석을 한 뒤에 넘어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단지, 제 독서 경험상 1~5단어마다 끊는 것이 적당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숫자를 제시해드린 것뿐입니다.


끊어 읽기 기술은 직독직해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또한, 일정한 길이마다 쉬어줌으로써 안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너무 미시적인 부분에 시선을 집중함으로써 전체적인 해석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쉼표의 역할이 제한된 영역을 해석하는 것에 그치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술어를 읽고 난 후에 목적어와 같은 문장성분을 예측할 수도 있고, 문장을 어느 정도 읽고 난 후에 이 문장의 전체적인 구문을 떠올려볼 수도 있고, 반복적으로 쉬어가면서 글의 전체적인 내용과 조화시켜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끊어 읽기 기술은 인터넷 강의에서 배울 수 있는 어떤 독해기술과도 잘 조화를 이룰 것으로 생각합니다. 쉼표의 안정감은 실력자의 상당한 내공을 수용해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떤 부분에서 해석이 막히는지 구체적으로 잡아낼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어 비문학에도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한 단위를 영어보다 좀 더 길게 조정하면 충분히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단위만큼 끊어서 이해한 후에 다음 구절로 넘어가면 독해력을 상당히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일반적인 철학책의 문장을 대략 두 덩어리로 끊어서 읽고 있습니다. 두 페이지의 글을 1~2줄의 문장으로 노트에 요약하며 읽고 있는데, 적절한 분량을 정해서 끊고 이해하고 넘어가는 독해법이 전체적인 내용을 조망하여 내용을 요약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독해속도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쉼표가 보장해주는 독해의 안정감이 독해의 집중도를 높여주고 불필요한 지연을 막아준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의미단위로 끊어 읽는 만큼 충분히 실력이 된다면 한 단위의 길이가 길어질 것이고, 쉼표의 길이도 재량껏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글의 난이도에 따라서 쉼표의 생략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만큼 안정적이고 유기적이기 때문에 속도에 대한 부분은 훈련을 통해 충분히 극복 가능한 문제입니다.


다음은 예시를 들기 위해 2016 EBS 수능특강 영어영역 TEST3 14번지문을 의미단위로 끊어본 것입니다.

The underlying force / behind popular psychology / is / the need for constant change. / By teaching us / to structure our experience / exclusively / in terms of problems (or 'challenges') and solutions, / the self-help industry / keeps us / on a never-ending treadmill. / There is no sense / that you can relax, / that things might actually be good enough / as they are, / or that even if / they aren't so great right now, / this might be something / to be tolerated and endured / rather than fixed. / Although I suspect / he was referring to the problems / of the Middle East, / the Israeli politician Shimon Peres once said / something profoundly true: / 'If a problem has no solution, / it may not be a problem, / but a fact / not to be solved, / but to be coped with over time.' / However, popular psychology / is having none of that. / Instead it feeds off / our dissatisfaction / with ourselves and our lot. / It tells us / not only that things can be improved / but also that it is our responsibility / to improve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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