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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고민:공부 식변형 앞에 무너질 때

  • RD
  • 조회 수 78
  • 2018.10.10. 00:28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쎈 문제집으로 수학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부터 종종 그런 일이 있곤 했습니다.


무슨 모양으로 만들어야 하냐.


처음 수학 강의에서 감탄했던 순간이, 중학교 3학년 시절 학원 선생께서 유리수의 대소비교를 그래프의 기울기를 이용해 푸는 풀이를 보여주셨을 때 였습니다.


그 날 이후로,


수학은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그렇게 보일 때 공부가 된다.

배운 내용들이 이렇게 엮인다.


그런 강렬한 생각이 마음에 새겨졌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떻게든 그 말뜻을 알아듣기 위해 공부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시간동안에도, 그리고 오늘도 부족함이 많아 여전히 미처 읽어내지 못하는 문제들도 많습니다.


처음 응시하였던 17년도 수능의 마지막 30번

시험 당일엔 남은 문제들을 푸느라 쳐다보지도 못했었던 그 문제를, 첫 수능을 마친 뒤 반년도 넘는 시간이 지날 동안 풀어내지 못하여서 해설 강의를 틀었을 때,

그 문제를 읽는 방법이 자신이 수능 전 날 미처 마지막 순간까지 풀어내지 못하여 그만 항복하고 서럽게 울었던 그 문제와 같은 방법으로 읽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얼마나 나는 어리석은 학생인지를 뼈저리게 느꼈었습니다.


다시 응시한 18년도 수능의 30번

또 시험 시간동안 그 문제에 눈길 한 번 주지 못하였고,

또 몇 개월 간 풀어내지 못하다 해설 강의를 틀었을 때,

또 한 번 나는 얼마나 한심한 학생인지를 뼈저리게 느끼었고, 수능까지 아주 많은 시간이 남았음에도 인내하지 못하고 해설 강의를 틀고 만 것이 큰 중죄라도 지은 것 마냥 아주 큰 후회의 파도가 되어 몰려왔었습니다.


지난 달 치뤄진 9월 모의평가의 21번

답을 찾았음에도 스스로의 풀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틀었던 해설 강의에서, 

또 나는 얼마나 게으르고, 얼마나 의미없는 공부를 반복해 온 것인지를,

그 커다란 잘못의 아주 일각에 혀 끝이 닿은 듯 한 맛을 보고 너무나도 내가 미워졌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일들이 게으르고 어리석어 매번 그릇된 선택을 하는 내가 몸으로라도 깨우치고 돌아설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분명 스스로도 위안삼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종종 자신의 부족함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처음 응시한 17년도 6월의 29번이 그러하였습니다.

시험 시간 내내, 나는 그 복잡한 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막막하였습니다.

시험이 끝난 뒤에도 결국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여 해설 강의를 틀었을 때에도, 나는 선뜻 내 부족함을 뉘우치기보다는 마음 한구석에서 억울함을 부르짖고 있었습니다.

머릿속에 그렇게 식을 변형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일말의 여지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었기 때문에, 그 풀이가 옳음을 내가 신뢰하는 선생께 통보받아도 그 생각이 나야 함을 쉬이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같은 일은 그 해 9월의 21번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시험 시간 중 절반을 주어진 조건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 지 온갖 떠오르는 계산법을 사용해보며 발버둥쳤지만, 결국 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데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고, 끝끝내 얻어 낸 풀이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으로 난잡하였습니다.

해설 강의를 틀었을 때, 나는 또다시 나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이 아니라 영문도 모른 채 강하게 뒤통수를 후려 맞은듯한 사람의 표정을 하며 마음속으로 억울함을 호소할 뿐이였습니다.


그리고 몇개월 전, 누군가의 자작 문제를 풀며 다시 그런 일이 찾아왔습니다.

며칠간 몇 번을 다시 도전해도, 다른 문제집을 풀고 와서 다시 도전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에 나는 또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해설지를 찾아보았습니다.

이제는 억울함을 느끼기를 넘어서, 나는 문제의 제작자에게 감탄 비슷한 박수를 보내며 그저 해설지에 적힌 내용을 내 종이 위에 빨간색 싸인펜으로 마음이 없는 기계마냥 옮겨 적을 뿐이였습니다.


그 후로 다시 훈수두는 말씀이라도 찾아보며 나는 인내심을 발휘해보기로 마음먹고 불과 어제까지만 하여도 그간 미처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마침내 넘어서면서 약간의 기쁨을 맛보는 중이였습니다만, 그것도 방금의 일로 이제는 아득히 먼 일처럼 느껴집니다.


풀어내지 못해 모아두었던 몇몇 자작문항중 마지막 한 문항,

어제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면서도 차마 그 문제들은 해결하지 못하여 남겨두었던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약 한시간 전 까지 문제와의 씨름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쉬기로 한 날임에도 책상에 앉아 그 문제와 씨름하기를 4시간이 지나자, 또 참을성없는 쓰레기같은 인간인 나는 적어도 내가 중간까지 읽어낸 이 문제의 해석이라도 제대로 된 것인 지 확인하고자 해설지의 스크롤을 한 줄 한 줄 천천히 내리다, 그만 보지 말아야 할 것이 눈에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A4용지에 내가 수도 없이 쓰고 지워오고 다듬어 온 풀이가, 불과 4줄만에 부정당했을 때, 이제는 뉘우침도 억울함도 감탄도 아닌 강한 후회가 다시 밀려왔습니다.

그 길을 알고 나니 마치 문제에 처음부터 당연히 그렇게 풀라고 쓰여져 있는 것 같은 환각에 사로잡히는 듯 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더 고민하여서 넘어섰더라면,

수많은 생각 중 그 일말의 여지에도 생각의 불꽃을 한 번 피워봤더라면,

그랬더라면 오래된 공공화장실의 수챗구멍처럼 꽉 막힌 내 사고에도 새로운 지평이 열렸을텐데,

무지한 나에게 깨달음을 줄 문제였을텐데,

어제와 같은 기쁨을 누릴 수 있었을텐데.


그런 생각이 들어 지금까지 약 한시간동안 좋지 못한 기분으로 있습니다.

나는 왜 이리도 무지하고 어리석고 게으른걸까요.

이미 나의 사고는 100년도 더 산 저 바다거북의 등껍질처럼 아주 딱딱하게 굳어버린걸까요.


찰나의 순간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한 내가 너무 밉습니다.








#억울함 #풀이 #A4용지 #공부 #강의 #해설 #해설지 #얼마나나 #방법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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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등 헥토파스칼킥

정말 정말 정말로 공감됩니다. 하도 계산이 안되길래 계산실수때문에 답이 안나오는것이다 라고 자기합리화 하면서 해설지 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살짝 눈만 돌렸는데, 그 찰나의 순간 풀이의 핵심이 눈에 들어오고, 내 풀이는 완벽하게 빗나갔음을, 그리고 그저 답지에 의해 촉발된 사고가 착착착 전개되는걸 느낀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요. 그럴때마다 부들거리며 주먹을 입에 꽉 물곤 했습니다. 


감히 제가 조언을 할 수준이 아니지만, 지금 남은 시간을 고려했을때 해설지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공부도 괜찮을듯 합니다. RD님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물고 늘어진 문제들은 비록 풀리진 않았더라도, 그만큼 투자한 노력과 시간을 생각하면 해설을 읽을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RD님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공감하는 입장에서 (대다수의 수험생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조심스레 댓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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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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