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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인간폐지, c.s루이스] 2. 스스로를 정복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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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수 62
  • 2016.02.12. 02:14

생활과 윤리라는 과목에는 여러 가지 윤리적 쟁점이 등장한다. 장기 이식, 인체/동물 실험, 생명 복제, 성 정체성, 생태 윤리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문제가 새롭게 떠오르게 된 이유는 과학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쟁을 지켜보노라면 '윤리'가 인류의 진보를 가로막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기서의 논쟁은 윤리 또는 가치라는 것이 주관적인 것이냐 객관적인 것이냐의 논쟁이 아니다. 지금까지 진화해 온, 그리고 진보해 온 인류에게 '윤리'라는 것이 진짜로 존재한 것일까? 그것은 허상인 것이 아닐까? 17세기 과학혁명 이후 인간의 전통적 의미에 점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간폐지]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본격적인 목적은 바로 이러한 주제를 다루기 위해서 지어졌다.


자연을 정복한 인간의 힘은 점증적으로 증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스마트폰, 비행기, 피임법은 현대문명사회가 거둔 승리의 예시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자연에 일격을 가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이것은 돈을 내면 사용할 수 있지만, 사람들(판매자)에 의해 사용을 통제당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힘이라기보다 특정한 인간의 힘을 의미하는 것이다.


유전자 조작, 생명 복제, 피임 역시 미래 세대의 입장에서는 이미 살고 있는 세대에게 통제받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을 살펴볼 때 인간은 자연에게 힘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인간이 자연을 도구 삼아 다른 인간들에게 힘을 행사하는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물론 국가가 이러한 통제를 완화해줄 수는 있지만, 세계 통합정부가 생기지 않는 한, 한 나라는 다른 나라를 통제할 것이고, 통합정부가 생겨나더라도, 다수가 소수를 통제하거나, 정부가 국민을 통제할 것이다. 


유전자 조작은 인류가 과연 진보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어떤 세대가 자신들이 원하는 형태의 후손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 후손들의 경우 점점 힘이 약해질 것이다. 만약 그 힘을 가진 세대가 전통으로부터 가장 해방된 세대이기도 하다면, 이 세대는 인간 종의 진짜 주인일 것이다. 옛날부터 우리는 교육을 통해 후대를 제한해왔다. 몇몇은 그것에 저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강력한 세대는 국가와 기술의 힘으로 무장되어 있을 것이고, 더이상 '윤리'에 묶여있지 않을 것이다. 이 두 가지 큰 차이점은 중요하다.


'윤리'가 아닌 '행복'은 간단하다. 먹을 것, 유흥, 오락, 예술, 과학, 수명. 의무라는 개념을 빼냈을 때 남는 것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다. 이것들은 자기주장을 하지 않지만 우연적인 것들이다. 윤리는 충동을 억제하거나 복돋워 우리의 행동을 이끌어냈지만, 이제 우리는 충동의 강도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다. 우연이란 자연을 뜻하는데, 그 원천이 유전, 소화, 날씨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연을 정복한 줄 알았지만, 실은 자연에 정복된 것이었다.


사물은 분석되기 전까지 자연이 아니다. 별, 영혼,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모두 자연이 아니었다. 자연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사물의 질적인 속성을 해체하고 양으로 축소시켜야 한다. 이것은 실재가 아니라 관점의 차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잃는 것도 있었지만 유익도 얻어왔다. 그러나 인간을 자연에 내주게 되는 순간 우리는 더이상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


과학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설명을 해치워버린 부분이 있는지 재고해보아야 한다. '자연화된 것들'을 실재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관점으로 보고, 그 개념을 끊임없이 통찰하는 것이다. '양심'을 분석하고 자연화하여 '본능'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 유사성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양심에 대한 개념을 바탕으로 본능을 새롭게 연구하는 것이다. 지식의 가치는 윤리를 수호할 때 지켜질 수 있다. 부분을 연구할 때도 전체를 기억해야 한다.


예전에는 하나의 덕목으로 여겨졌던 절약이 경제학의 발전으로 이제는 구매 저항성으로 불리게 되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진보에는 통찰이 수반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설명을 해치웠을 때는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실제로 여러 가지 걱정이 서린 장벽들이 있었지만 쉽게 통과하였고, 그에 따른 유익도 얻었다. 그러나 마지막 걸음은 지금까지의 발전을 처음으로 돌리는 걸음이 될 것이다. '윤리'를 자연화하는 것이 바로 그 마지막 걸음이다.


만약 앞으로 경제학도의 길을 걷게 된다면 이 책을 통해 한 가지를 얻게 된 것이다. 그것은 설명을 해치우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사물을 꿰뚫어보는 이유는 그 너머 무언가를 보기 위해서이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꿰뚫어볼 수 있는 것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꿰뚫어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꿰뚫어보는 순간, 제일 원리를 꿰뚫어보는 순간, 모든 것은 투명해질 것이고, 결국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이다.

가장

뒤로 후퇴할 위험은 최소한 앞으로 나아갈 기회만큼 큰 것입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가진 것을 개선하는 데 쓰는 에너지만큼은 지키는 데에도 써야 합니다._c.s.lew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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