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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깡

노하우:미분류 페미니즘의 도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여성주의 학회 주디(11월 24)일 [페미니즘의 도전] 요약/발제문입니다.


이거 적는다고 죽는줄알았










글로벌 자본주의와 남성성, 폭력의 시장화

 


 

1. 폭력의 이유

 

근래 빈번하게 일어나는 묻지마 폭력은 용어 자체가 이미 성별화, 계급화된 개념이며 여성의 입장에서는 별로 특별할 것 없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되어 온 인간 행동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평화적인 시대뿐만 아니라, 무력에 의한 갈등을 겪는 시기에 상대편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남성들의 중요한 투쟁 전략이다. 현재 만연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일종의 전쟁터와도 같은 역할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미 이렇게 역사적으로 만연해왔던 행위에 대해서 새삼 묻지마라는 이름을 붙이며 지나치게 문제삼는 것은 결국 수천년간 여성들과 사회적 약자들이 겪어온 폭력의 역사를 구조적으로 삭제하는 행위일 것이다.

 

기존에 사용되는 전쟁과 평화라는 이러한 이분법적 개념은 굉장히 남성주의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형성된다. 그리고 여성주의자들은 이러한 이분법적 개념을 재구성하기 위하여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는 논의로 맞서고 있다.

 

타인의 의지에 반하는 일방적인 행위를 폭력이라고 정의할 때, ‘이유 없는 폭력은 모순적인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타인의 신체를 침해하는 것은 무조건적인 부정의이며, “정당방위를 제외하고, 폭력은 이유라는 개념 자체를 따질 필요가 없이 어떤 경우에도 행사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은 규범적으로 정언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폭력은 이유라는 개념을 제거할 때 성립될 수 있으며, 이유의 개념과는 무관해야만 한다. 하지만, 가해자가 생각하는 피해자의 잘못은 언제나 자의적이다. ‘교육혹은 처벌이라는 변명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놀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에 맞서, 폭력의 피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사회운동가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 피해자라는 개념을 주장한다. 피해자가 잘못이 있다면, 구조상 개인적 항의도, 사회적 저항도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못이라는 개념 자체가 중립적이지 않으며, 사회적 위계에 의해 판단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는 잘못을 했으면 폭력을 당할 수도 있다는 통념을 수용해버린 대응이다.

 

폭력이 권력행동인 이상, 폭력은 원래부터 이유가 없다. 다만, 폭력을 발생시키는 조건이 있을 뿐이다. 사회운동은 그것의 폭력의 성립 이유를 찾고 반박하는 형태가 아니라, 폭력을 발생시키는 그 조건을 찾아내 제거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폭력의 시비를 가리고 정의를 분석하려는 기존의 미온적인 태도에서, 다른 시각으로의 전향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2. 폭력의 산업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은 포주가 아니라 용병일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군인은 돈 있는 자들에게 고용된 일종의 직장인이었다.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제가 발전할수록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나타나는 것이 직장으로의 군대개념과도 통한다. 이른바 용역 서비스 산업으로의 폭력이 새로운 일자리로 제시된 것이다. 전쟁 대행 주식회사, 교도소의 민영화 등을 비롯한 각종 폭력의 서비스 산업화는 폭력이 시장화되며 안착하게 되는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주고 있다. IMF사태 이후 남성들이 고임금을 보장하는 이라크 파병 지원단에 경쟁적으로 지원한 적이 있던 한국 또한 이와 결코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가난한 흑인 여성들이 학업, 취업, 의료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군대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것 외에는 기회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여성주의자들은 이를 두고 군사화된 해방이라고 부른다. 이렇듯, 취업의 차원에서 군대를 직업으로 삼은 자들에게 진보진영의 평화논리는 결코 설득력있는 가치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폭력의 산업화, 군사의 민영화에 대한 피해자는 국제라는 허상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속에 존재한다. 가령, 20046월 미군에 물품을 제공하던 군납업체인 가나무역의 직원 김선일씨가 겪은 참극을 떠올려보자. 김선일씨가 근무하던 회사가, 세계 최대의 다국적 전쟁 대행 주식회사의 하청업체였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그의 죽음은 이 사실과 관련이 있다. 김선일 씨를 살해한 이라크인들의 입장에서, 그는 자기 나라를 침략한 전쟁 회사의 직원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곧 세계라는 생각과, 기독교적 세계관을 보편적인 진실로 여겼을 것인 김선일씨와 상당수의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이라크인들의 생각을 역지사지로 생각하기 굉장히 힘들 것이다. 이라크인들에게 김선일 씨 같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치이자 일상이고, 정체성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이슬람을 미개한 것으로 보고 적개시하며 이를 명분적으로 침략한 자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김선일씨는 이유를 모른 채 지구 반대편에서 순교했다. 그는 과연 가해자인가? 피해자인가?

 

냉전체제의 붕괴 이후 유럽 각국의 국방비는 삭감되고 군인은 직업을 잃었으며, 무기들은 판로를 잃게 되었고 이는 필연적으로 민간 군사시장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제 곧 회사가 정권을 바꾸어주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전쟁은 국민이 아니라 전 세계의 가난한 국가에서 지원한 용병들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전쟁을 정치가 아니라, 통제 불능의 무역행위로 만들었다.

 

 

3. 노동 개념의 변화

 

2007,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자신의 아들을 폭행한 이들에게 보복하기 위해 폭력 업체를 고용하여 보복 폭행을 일으켰다. 이는 돈만 있으면 폭력을 구매할 수 있는상황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폭력 집단의 업무가 서비스 산업화 되어버린다면 힘없는 사람들은 결국 신성한 노동이라는 개념을 통해 죽어나가게 될 것이지만, 총체적으로 보았을 때 결국 이는 노동이 아니라 인간을 대상으로 한 권력층의 소비활동에 불과한 것이다.

 

심지어 요 근래에는 애인 대행 알바, 수능 대리 시험 등의 공부또한 노동화되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수련, 의무, 권리 등의 이름으로 불리던 것들이 결국 노동의 개념으로 변한 것이다. 어떤 설()에 의하면 살인 업무가 3천만원, 수능 대리 시험 비용은 1억원이라 한다. 대리 시험이 청부 살인보다 더욱 고급 노동이라는 것인데, 과연 이런 것은 정의로운 현상일까? 이런 질문과 같이, 인간의 특정 행위가 각종 대행업체들에 의해 상품화 되면 기존에 없던 노동 철학 논쟁이 불가피하다. 공부, 연애는 노동이지만 그것이 타인의 몸으로 대체되어서 수행될 성질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일이 상품화 되고 있다. 이제 그러한 서비스의 품질과 가격 비교가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연구가 필요한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4. 국가의 탈영토화와 국민에 대한 방치

 

국가는 개인을 보호한 적이 없다. 현재의 묻지마 폭력 사태를 국가의 치안 역할 부재에 따른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분석한다면 오류일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 국가는 이상적인 이데올로기일 뿐, 어디에도 현존하지 않는 등장하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담론이기 때문이다.

 

묻지마 폭력 사태가 치안 역할 부재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은 물질과 담론의 이분법에서 출발했다. 국가는 관계이고 제도이고 상징이지, ‘실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국가가 영토, 인구, 주권을 갖춘 실체로 거짓되게 인식되는 것은 국가가 의인화된 행위자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안보논리는 이러한 거짓 인식을 바탕으로, ‘국제 사회는 약육강식의 정글로 이루어져 있어서 언제든지 힘의 공백이 생기면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내포한다. 결국, 개인과 국가의 중요성을 따지는 질문에, “국가가 없다면 개인도 없다는 말로 모든 언설을 침묵시키는 것이다. 이 구조 안에서 국가는 국민을 결코 보호할 필요가 없다.

 

정의로운 진보적 국가주의자들이 제시하는 묻지마 폭력의 해법은 국가가 사회 정의에 앞장서고 약한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아마 이런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비국민의 입장에서는 결국, 그렇게 주장하는 이들 역시 구조적으로 일상 폭력의 가해자들이다. 서구가 정상 국가의 기원이며 언제나 국가 건설의 과정에 있다는 사고를 근본부터 뽑아내지 않는 이상 우리는 영원히 서구를 따라잡아야 하는 과정 속에서 머무르게 될 것이다.

 

사실, 이미 국가는 글로벌 대도시들의 연합, 그들만의 클럽으로 변화한지 오래다. 국가의 쇠퇴라는 지구화, 세계화나 이에 대한 반동으로 등장하고 있는 민족주의의 부활은 모두 수시로 변화하는 단면의 일부일 뿐이고, 결국 이면을 살펴보면 그저 다른 형태의 국민-국가 시대인 것이다.

 

첨단 도시들 사이의 연대는 국가와 국경을 재정의했다. , 국민과 영토 없는 국가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각 국가의 대도시만들의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그 개별적인 국가에서는 0.1퍼센트의 부자들이 공간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현실적인 국가의 개념과는 많이 격리된 상태로 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국민보호라는 국가의 규범적이었던 의무는 자연스럽게 면제되었다. 미셸 푸코의 오래된 지적대로, 국민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버려두는 방법으로 통치가 저절로이루어지는 것이다.

 

 

5. 인간 개인, 타자, 잉여로

 

앞서 살펴본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담론에서는 만인이 성별화 되기 이전의 추상적 개인의 의미했다. 그러나 생물학적 인간이라면 누구나 개인이라는 근대 초기의 명제는 가부장제, 계급주의 등 기존의 모든 억압 체제와 갈등하게 되었다. 여기서, 철학자들의 개입이 시작되었다. 인간과 여성의 개념 사이에서 생겨나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공과 사의 영역 분리 이데올로기가 등장하였다. 이는 곧 개인, 정치, 인권, 자유 등의 근대적인 담론은 공적인 영역에서만 성립한다는 것이다. 사적인 공간에서는 그저 남성의 휴식처이지, 노동과 정치의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을 내포한 개념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성 노동의 공간인 가정은 사적인 영역으로 취급받았으며, 자연스럽게 가정이 정치에서 제외되고, 여성이 정치와 무관한 개념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결국 이는 여성의 시민권이 남성을 통해서만 행사될 수 있는 근대의 상황을 제공하였다. 물론, 이는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타자에 대하여 해당하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백인 중산층 이성애자 남성을 제외한 모든 인간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에서 논외의 대상이었다. 여성은 인간과 자연의 중간에, 흑인은 인간과 동물의 중간에 존재하게 되었다. 노동 종말의 시대에는 인간의 범주가 더욱 줄어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적 주체에서 제외되어 생존의 영역 자체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쓸모없는 사람들이 결국 시민권이 없는 사람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인간의 존재가 자본주의를 거치면서, 개인에서 타자로 다시 잉여로 축소되었다. 국가가 없는 국민은 유목민이 아니라, 그저 어디에도 존재가 등록되지 않은 잉여에 불과한 상태가 되었다. 이들이 법을 지켜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며, 존재조차 없는데 자기 행동을 설명해야 할 의무가 과연 있을까.

 

묻지마 폭력에서 물어야 할 것은 폭력의 이유가 아니라 결국 존재의 이유다. 묻지마 폭력은 결국 잉여인간들 사이에서의 진흙탕 싸움에 불과하다. 이 상태를 그저 근대 초기 산업화 시대의 폭력 개념으로 이해하려 한다면, 질문 자체가 답을 가로막는 논리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이들의 진흙탕 싸움에 자신은 이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는 공포에 떨고 있다. 진흙탕 싸움에 참가된 자들이 경제적인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면, 자신들에게 진흙이 튈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 투쟁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결국 모두 이렇게 타자화되는 것이다.

솔로깡

That which we call a rose by another name would smell as sweet.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여전히 향기로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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