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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우:미분류 [언어논술] 시간이 없다고? 그럼 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하면 되잖아?

아무래도 칼럼 형식이다 보니 반말로 써왔는데, 차라리 그냥 존댓말로 쓰는게 더 편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이번에는 존대말로 써봅니다.

이번에는 3주가 걸렸네요. 다음 글은 또 몇주나 걸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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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언어논술의 경우 십수년간 쌓아온 경험들이 성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을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미 고등학생이고, 다수는 고3이나 재수이상의 수험생들이겠죠. 즉 여러분에게는 시간이 전반적으로 부족합니다. 국수영탐 개념정리도 하고, 외울 거 있으면 외우고, 문제 풀고 오답노트 만들고, 제2외국어까지도 해야 하니까요. 빡빡한 게 사실이죠.

사실 최선의 방책은 역시 책을 많이 읽고 그것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겠습니다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마 이렇게 말할 겁니다. '그럴 시간 없는데요? 책 한권 읽는데 4~5시간은 걸리는데 그걸 어떻게 해요. 그 시간이면 국수영 모의고사 한바퀴를 돌리는데요?' 맞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루틴 안에서 언어논술을 대비하기 위한 또다른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저는 여기서, 또 한 가지의 공부방법을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여러분이 푸는 모의고사 및 기출문제의 지문 분석입니다. 특히 6,9평이나 수능의 기출문제 지문들은, 당장 대학논술 지문에 쓰여도 문제없을 정도로 양질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대학논술 지문보다 더욱 양질인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고난이도 문항의 지문은 독해력을 기르는데도 탁월하죠. 이러한 지문들을 고작 1~2분 읽고 지나가는 건 국어공부에 있어서도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지문 분석은 간접적으로 글을 쓰는 효과가 있기도 합니다. 하나의 완성된 짧은 글을 꼼꼼하게 파헤치면, 글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에 대한 영감을 줍니다.

그리고 자신이 어려웠던 지문이나 자신이 틀린 문제가 들어있는 지문은 어차피 정리해야 할 것이기도 합니다.

그럼 바로 지문 하나 보면서 이야기하시죠. 바로 몇 개월 전에 있었던 2015학년도 수능 지문입니다.


역사가 신채호는 역사를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 과정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가 무장 투쟁의 필요성을 역설한 독립 운동가이기도 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의 이러한 생각은 그를 투쟁만을 강조한 강경론자처럼 비춰지게 하곤 한다. 하지만 그는 식민지 민중과 제국주의 국가에서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민중간의 연대를 지향하기도 했다. 그의 사상에서 투쟁과 연대는 모순되지 않는 요소였던 것이다. 이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사상의 핵심 개념인 ‘아’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신채호의 사상에서 아란 자기 본위에서 자신을 자각하는 주체인 동시에 항상 나와 상대하고 있는 존재인 비아와 마주 선 주체를 의미한다. 자신을 자각하는 누구나 아가 될 수 있다는 상대성을 지니면서 또한 비아와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아가 생성된다는 상대성도 지닌다. 신채호는 조선 민족의 생존과 발전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조선 상고사'를 저술하여 아의 이러한 특성을 규정했다. 그는 아의 자성(自性) , 곧 ‘나의 나 됨’은 스스로의 고유성을 유지하려는 항성(恒性)과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적응하려는 변성(變性)이라는 두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였다. 아는 항성을 통해 아 자신에 대해 자각하며, 변성을 통해 비아와의 관계 속에서 자기의식을 갖게 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자성이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고 하였다.

신채호는 아를 소아와 대아로 구별하였다. 그에 따르면, 소아는 개별화된 개인적 아이며, 대아는 국가와 사회 차원의 아이다. 소아는 자성은 갖지만 상속성(相續性)과 보편성(普遍性)을 갖지 못하는 반면, 대아는 자성을 갖고 상속성과 보편성을 가질 수 있다. 여기서 상속성이란 시간적 차원에서 아의 생명력이 지속되는 것을 뜻하며, 보편성이란 공간적 차원에서 아의 영향력이 파급되는 것을 뜻한다. 상속성과 보편성은 긴밀한 관계를 가지는데, 보편성의 확보를 통해 상속성이 실현되며 상속성의 유지를 통해 보편성이 실현된다. 대아가 자성을 자각한 이후, 항성과 변성의 조화를 통해 상속성과 보편성을 실현할 수 있다. 만약 대아의 항성이 크고 변성이 작으면 환경에 순응 하지 못하여 멸절(滅絶)할 것이며, 항성이 작고 변성이 크면 환경에 주체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여 우월한 비아에게 정복당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아의 개념을 통해 우리는 투쟁과 연대에 관한 신채호의 인식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에 직면하여 그는 신국민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조선 민족이 신국민이 될 때 민족 생존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신국민은 상속성과 보편성을 지닌 대아로서, 역사적 주체 의식이라는 항성과 제국주의 국가에 대응하여 생긴 국가 정신이라는 변성을 갖춘 조선 민족의 근대적 대아에 해당한다. 또한 그는 일본을 중심으로 서구 열강에 대항하자는 동양주의에 반대했다. 동양주의는 비아인 일본이 아가 되어 동양을 통합하는 길이기에, 조선 민족인 아의 생존이 위협받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식민 지배가 심화될수록 일본에 동화되는 세력이 증가하면서 신채호는 아 개념을 더욱 명료화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그는 조선 민중을 아의 중심에 놓으면서, 아에도 일본에 동화된 ‘아 속의 비아’가 있고, 일본이라는 비아에도 아와 연대할 수 있는 ‘비아 속의 아’가 있음을 밝혔다. 민중은 비아에 동화된 자들을 제외한 조선 민족을 의미한 것이었다. 그는 조선 민중을, 민족 내부의 압제와 위선을 제거함으로써 참된 민족 생존 과 번영을 달성할 수 있는 주체이자 제국주의 국가에서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민중과의 연대를 통하여 부당한 폭력과 억압을 강제하는 제국주의에 함께 저항할 수 있는 주체로 보았다. 이러한 민중 연대를 통해 ‘인류로서 인류를 억압하지 않는’ 자유를 지향했다.


사실 이 지문이 어려웠던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짧은 시간동안 정확하게 읽어내기 어려운 지문이라는 것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어휘가 많습니다. 자성, 변성, 항성, 멸절같은 어휘 말이죠. 두 번째로는, 처음 보는 개념들을 정의하는 글이라는 겁니다. 아, 비아, 소아, 대아.

그럼 이쯤에서 제가 지문을 어떠한 방식으로 '꼼꼼하게 읽는 지' 간단하게 보여드릴게요.

첫 번째로는, 각 문단을 요약합니다. 굳이 문장의 형식일 필요는 없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하면 됩니다. 아래 제시하는 것은 제 스타일을 지키되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보편성을 추가한 것입니다.

1. 신채호는 역사를 아와 비아의 투쟁 과정이라고 정의. 투쟁만 강조한 것이 아니라 연대도 지향함.

2. 아는 자신을 자각하는 주체이며 비아와 마주 선 주체. 아의 자성은 고유성을 유지하려는 항성과 환경에 맞춰 변화하려는 변성으로 이뤄짐.

3. 소아는 개인적 아, 대아는 국가와 사회 차원의 아. 소아는 자성만 갖지만 대아는 상속성과 보편성도 동시에 지님. 항성과 변성이 조화를 이뤄야 대아가 유지됨.

4. 신채호는 신국민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함. 민족의 생존을 위해 상속성과 보편성을 가진 대아인 신국민이 되어야 한다고 봄. 비아는 일본.

5. 아의 중심은 조선 민중. 하지만 아에도 일본에 동화된 아 속의 비아가 있고, 일본에도 아와 연대할 수 있는 비아 속의 아가 있음. 아 속의 비아(압제, 위선)를 제거하고 비아 속의 아(제국주의 국가의 반제국주의자)와 연대하여 인류를 억압하지 않는 자유를 지향.


이렇게 각 문단을 심플하게 요약해 두면, 글의 구조와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1문단에서는 신채호가 역사를 아와 비아의 투쟁 과정이라고 정의했음을 말하고, 그 개념에는 투쟁 뿐 아니라 연대도 있었음을 말합니다.

2문단과 3문단은 이 것을 설명하기 위해 아와 비아, 그리고 대아와 소아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4문단은 신국민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등장시키며, 아와 비아, 소아와 대아에 대한 보충설명을 함과 동시에 현실에 대입합니다.

5문단은 2, 3, 4문단을 바탕으로 이 개념들이 어떠한 식으로 적용되어 연대에 도달할 수 있는지 설명합니다.

즉 이 이 글의 구조는 1 서론, 2-3 이론적 설명, 4 현실 대입, 5 결론.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해볼 수 있겠죠.


이렇게 지문을 분석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첫 번째로는 글을 꼼꼼하게 읽어보는 과정을 통해 독해력이 키워진다는 겁니다. 빠르게 읽고 빠르게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험장에서는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무리지만, 글을 꼼꼼하게 읽는 경험 자체가 드문 수험생들에게 이 과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는, 지문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글을 전개시키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신채호는 투쟁만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연대도 같이 이야기한 사람이다.'라는 것을 서론에 제시한 후에, 두 문단을 할애하여 이론적 설명을 하고, 한 문단에서 그 이론을 현실에 대입시킨 후, 결론 부분에서 연대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설명했죠. 즉,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어떠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본론에서 이론 설명과 이론의 현실 적용 과정을 어떠한 식으로 전개할 것인가에 대한 좋은 예시가 되는 셈입니다. 다양한 글을 이렇게 분석해 두면, 어떠한 식으로 글을 전개해야 할 지 고민이 될 때 아주 좋은 힌트를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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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도 할 시간이 없다...라고 하시면 뭐 제가 그건 어쩔 수 없겠네요 ㅠㅠ

이번 글은 이렇게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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